간단한듯 하지만 충분히 전략적 [라 그랑하(La Granja/2014) ]


[라 그랑하]는 독일 제작사인 슈필웍스가 2014년에 발매한 게임입니다. 이들의 게임들은 주로 역사적인 배경이 담긴 무거운 게임들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아왔고,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비교적 제작 수량이 많지 않아서 게임 자체의 희소성도 큰 편이었습니다. 이들은 때로는 미국 게임의 독일/프랑스 버전의 리퍼블리싱을 해왔는데, 대부분이 GMT사의 볼륨있는 워게임인 것을 보면 슈필웍스가 다루는 무게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라 그랑하]는 슈필 웍스의 이런 흐름에서 다소의 예외를 만들어낸 게임입니다. 마니아들의 답지를 통해서 입소문이 퍼진 것이야 자사의 전작들에사도 통용되었던 사례지만, 2014년 에센 슈필 이후 [라 그랑하]는 다양한 나라의 제작사에서 리퍼블리싱이 되었고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로 뒤늦은 감이 있지만, 2015년 에센 슈필의 페어플레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명실공히 슈필웍스의 게임중에서 제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셈이죠.

 

 



디자이너인 마이크 켈러는 [롤 쓰루 디 에이지]와 [레이스 포더 갤럭시]를 결합한 느낌의 SF 게임으로 프로토 타입을 처음 만들었고, 당시의 제목은 [다이스 포 더 갤럭시]-SF 테마의 게임이었습니다. 이후 공동 디자이너로 참여한 안드레아 오덴달은 프로토 타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랑카스터]의 디자이너인 마티아스 크라머의 프로토타입 게임 [아리바], 칼 츄딕의 [로마에게 영광을], 슈테판 펠트의 [루나]의 요소들도 첨가했습니다. 그리고 [뤄양의 사람들]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게임의 테마도 농장 경영 테마로 변경했습니다.

 

 

 

 


[라 그랑하]는 플레이를 하다 보면 영향을 받은 게임들의 이름이 줄줄 나오는 게임입니다. 그 영향을 받은 게임들의 요소가 너무 노골적인 감마저도 있을 정도입니다. 플레이를 하다보면 “이건 [로마에게 영광을]이잖아.”, “이건 [뤄양]이잖아” 이런 이야기가 자동으로 나오게 되는 그런 게임이죠. 



게다가 그 다양한 게임의 요소들이 융화된 느낌보다는, 구별된 메커니즘으로 한 개의 게임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입니다. 복잡스런 인터페이스은 이런 느낌에 일조하고 있고, 1라운드 때만 턴 오더의 역순으로 구매를 하거나, 라운드때 타일 획득시 라운드 번호만큼 점수를 얻는 규칙처럼 자잘한 규칙은 안그래도 복잡한 규칙에서 잊기 쉬운 잔룰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라 그랑하]는 입소문이나 다른 홍보의 영향이 없는 한, 보는 것만으로 크게 끌리는 게임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어느정도 감안하면 [라 그랑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개별 요소의 독창성이 도드라지지 않고, 잔룰들의 숙지가 쉽지 않지만 일단 농작물의 생산과 사용의 메커니즘이 익숙해지면 자신만 빌드를 서서히 만들고, 여벌의 자유 행동들로 원하는 바를 달성해 나가는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원래의 스페이스 테마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농장의 경영이라는 점에서 생산의 메커니즘은 [아그리콜라]에서 느꼈던 농장 경영의 소박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라운드마다 할 수 있는 행동이 굉장히 제한적인데 비해, 어떻게든 돈과 다른 행동의 조합으로 추가 행동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은 전략 게임 특유의 머리쓰기를 요구합니다. 추가적인 자유 행동들을 짜내야 하는 탓에 당연히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지만, 암묵적인 동의하에 라운드에 각자의 행동을 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생각보다 6라운드의 플레이 타임도 숙련될 수 록 짧은 편입니다.

 

 



 

또다른 재미는 ‘도우미’로 불리는 카드 하단의 Helper 텍스트입니다. 카드 1장으로 선택할 수 있는 4종류의 기능들 중 하나인 ‘도우미’ 혜택은 텍스트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첫 플레이에서는 전반적으로 무시하게 되는 편이지만, 게임이 익숙해질 수록 사용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파격적인 게임의 혜택은 전략의 방향을 만들고 가속시키는 기제가 됩니다. 게다가 카드의 종류가 모두 다른 66장인데 반해, 실질적으로 한 번의 게임에서 한 플레이어가 도우미로 사용하는 카드가 대부분 10장 이내입니다. 이런 점이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라 그랑하]는 어떤 ‘경지’에 오른 완성도를 가진 게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상기하기 어려운 일부 잔룰의 가지를 치고, 조금 더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에 혁신적인 요소를 더한다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양한 요소들을 붙였다는 것만으로 게임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친숙한 메커니즘들의 이어짐 속에서 이 게임이 불러일으키는 브레인 버닝과 재미는 분명히 [라 그랑하]를 최근에 발표된 화제의 게임들 중 해볼만한 게임 중 하나로 매김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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