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들어지는 보드게임들 이야기 (2)


배틀쉽 (Battleship)

60년대나 70년대 생들은 어렴풋이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은 두 개의 슈트케이스 같은 박스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 노트북처럼 박스를 펼친 뒤 마주본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상단의 현황판에 자신의 배들을 고정시켜 놓고, 서로가 공격할 좌표를 말해서 상대방의 함선들을 함락시키는 이 고전 게임 역시 영화화 될 것이라고 유니버설 측은 밝혔습니다.



사실상 [배틀쉽]의 영화화 발표는 유니버설의 보드게임 영화 판권 사재기의 절정에 해당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감독으로 지명된 사람은 배우 출신의 피터 버그였고요. 감독 경력은 짧은 사람이지만 -국내에서 [웰컴투 정글]로 개봉한- [런다운], [킹덤]등의 영화가 나름 인상을 주었죠. 특히 중동지역에서 활약하는 미국 특공대의 임무를 그린 [킹덤]을 생각해볼때 [배틀쉽]의 영화 버젼이 적당한 그림으로 나올 수 있겠다는 의견들도 있기 시작했고요. 다만 [킹덤]처럼 미국의 패권주의가 농후하게 묻어나는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겠죠.

 

 



캔디 랜드 (Candy Land)


간단한 레이싱 게임으로 다른 게임들처럼 역사가 오래된 게임입니다. 카드 선택으로 캔디 나라의 왕국에 먼저 도달해야하는 내용에 어울리게 영화 버젼 역시 판타지 영화로 기획되었습니다. 일단 유니버설의 보드게임 영화 라인업으로는 거의 마지막 발표였던 [캔디 랜드]의 감독 내정으로는 케빈 리마라는 사람이 선택 되었습니다. 리마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었던 [타잔] 이후로는 변변찮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는데요, 2007년 연출작인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가 어마어마한 힛트를 거두면서 유망주가 되었습니다. 만약 [캔디 랜드]의 감독을 그가 맡는다면 리마로서는 [마법에 걸린 사랑] 이후 오랜만의 새작품이 됩니다.

세간의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아무리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주만지]나 [자투라]처럼 보드게임의 개념을 넣는 것 보다는 아예 원색적인 판타지 무비가 되는게 낫고, 그런 점에서 리마는 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이죠. 아무래도 아동 취향의 영화로 나올 가능성이 커보이는데... [마법에 걸린 사랑]도 사실 그런 컨셉인듯 했지만 성인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작품이었죠.

 

 


리스크 (Risk)


오리지널 버젼은 물론이고 여기에 기반한 수십개의 다양한 버젼이 있는 전략게임 [리스크]입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화의 가능성이 나름 무궁무진한 소재이긴 하죠. 다만 이번에는 유니버설이 아닌 소니 픽쳐스가 판권을 샀는데요, 이 계약에 대해 하스브로의 CEO인 브라이언 골드너가 직접 두 회사의 연합을 기뻐한다는 인터뷰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보드게임의 범주에 넣기 애매한 [위자]같은 것도 영화화 될 계획입니다. 보드게임긱에서는 카드플레이 버젼만 등록되어 있는 [위자]는 서양판 분신사바로 귀신을 불러내고 그에 대한 응답을 나무판 위에 있는 문자로 답하는 게임 아닌 게임입니다. 제품판매용 위자보드의 판권은 역시 하스브로에 있는데요, 소재가 소재니만큼 영화화 하기도 좋은지라 이미 2007년에 필리핀에서 이를 소재로한 공포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트랜스포머]의 감독이었던 마이클 베이가 소유한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플래티넘 듄스가 [위자]의 영화화 판권을 사면서, 역시 공포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항간에 의하면 오히려 밝은 분위기의 판타지 무비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위자]입니다.


사실 보드게임 마니아들에게 있어 보드게임 영화화의 소식이 무조건 환영할만한 일은 아닙니다. 왜냐면 영화사들이 보드게임에서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찾았다기 보다는, 그만큼 빈곤한 소재를 채우기 위해 그야말로 손잡히는 모든 것을 영화화하려는 계획의 일환일 뿐이라는 의견들 때문이죠. 일례로 위의 보드게임들 영화화 소식과 함께 부수적으로 딸려나온 루머들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거든요. 그 가운데는 [월리를 찾아라]같은 기능성(?) 만화책의 영화화, '스트렛칭 암스트롱'이라고 해서 미국 아이들이 갖고 노는 신축성 고무인형의 영화버젼 까지도 있을 정도입니다. 

'스트레칭 암스트롱' 이걸 영화화 한다면...?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미국 현지의 분위기는 보드게임이나 이런 완구 소재의 영화화나 그게 그거라는 반응들입니다. 기사 검색을 해보면 '왜저리 부정적일까'싶을 정도로 기사의 논조는 조롱조이고요. 본격적인 전략게임의 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미국의 분위기에 따른 것이겠죠.


사실 본격적인 영화화 소재로서는 유럽쪽의 게임들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짜피 기본적인 소재만 차용한다면 [카탄]이나 [푸에르토 리코]같은 역사극도 괜찮을거 같고요. 하기야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는다 해도, 미국에서 나온 게임들 중 마니아성 게임도 괜찮겠죠. [티켓 투 라이드]나 [트와일라이트 스트러글] 같은...


하지만 보드게임이 영화화되는 큰 이유는 이미 미국 가정에 한 두 개씩은 있는 보드게임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한 명이라도 더 극장으로 끌여들이기 위함의 측면도 있으니, 다양한 보드게임의 영화버젼을 보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닐듯 합니다. 그래도 혹시 아나요. [모노폴리]나 [배틀쉽]이 큰 힛트를 거둔다면 언젠가는 [아그리콜라]나 [코스믹 인카운터]같은 보드게임의 영화버젼도 보게될 날이 올지?


 2009/11/17 - [칼럼] - 영화로 만들어지는 보드게임들 이야기 (1)

 

Trackback 0 Comment 2
  1. Dr.Halo 2009.11.20 01:2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푸코나 엔데버,AoEIII 같은 제국시대 게임들은 재미있으면서도 가끔 섬뜩할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네 정서가 먼가 정복하고 착취(?)하기 보다는 당하는 입장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
    보드게임 특성상 영화로 컨버젼되었을 떄 테마나 포인트를 잘 살리지 못하면 어쩌나 살짝 불안해 지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다 찾아 보게 될 것 같네요.

    좋은 기사 잘 보았습니다.

    • Favicon of http://bmzine.co.kr BoardM 2009.11.20 01:30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결국엔 '주제'죠. 그런데 대부분 헐리우드 제작사들이라 미국식 정서로 탈색될거 같긴 해요.

      감사합니다. 닥터 헤일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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